북극이 “새로운 패권 경쟁의 바다”가 되는 이유 | 북극해, 북극항로, 부산항

작성일: 2026-01-25 14:49:15

남중국해도, 호르무즈 해협도 아니다.

지금 미국·러시아·중국·유럽이 동시에 시선을 꽂는 곳은 북극이다. 얼음이 녹으면서 “지리”가 바뀌고, 지리가 바뀌면 물류·자원·군사 구도가 같이 바뀐다. 북극은 이제 지도 위 공백이 아니라 다음 전장의 입구가 됐다.


1) 북극항로가 열리면 ‘거리’가 줄고 ‘비용’이 줄어든다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기존 수에즈 운하를 타는 항로는 대략 2만 km 규모로 잡히곤 한다. 그런데 북극항로(러시아 연안 중심의 Northern Sea Route)를 이용하면 거리가 크게 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고, 실제로 한국 정부도 시험 운항을 추진/검토하는 흐름이 보인다.

거리가 짧아진다는 건 단순히 “빨리 간다”가 아니다.

연료비·보험료·선박 회전율·재고 비용까지 한꺼번에 흔들린다. 게다가 수에즈 운하가 분쟁·사고로 막히는 순간(우회하면 희망봉) 북극항로는 ‘대체 옵션’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다만 현실은 아직 “상시 대체”가 아니다. 얼음·기상·얕은 수심·인프라 부족 때문에 운항 가능 시기가 제한적이고, 쇄빙 지원이 없으면 대형 상선은 리스크가 크다. 그래서 북극의 게임 규칙은 결국 “누가 쇄빙선과 항만/통신 인프라를 갖추느냐”로 흘러간다.


2) 북극은 ‘항로’만이 아니라 ‘자원’ 때문에 더 뜨거워진다

북극권이 주목받는 두 번째 이유는 자원이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2008년 평가에서 북극권에 미발견 석유 13%, 천연가스 30%(전 세계 기준 추정) 수준의 잠재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핵심 광물”까지 얹히면 이야기가 더 커진다. 전기차·배터리·방산·반도체 공급망이 흔들릴 때마다, 북극권(그린란드 포함)의 자원은 곧바로 지정학이 된다. 그래서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거론할 때도, 많은 해석이 “부동산 욕심”이 아니라 전략 거점 + 공급망 프레임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 전략을 실행하려면 결국 쇄빙선이 필요하다는 현실까지 따라온다.)

3) 누가 가장 진심인가: 러시아는 ‘정체성+안보+수출’로 붙는다

북극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북극을 단순 물류 신사업이 아니라 에너지 수출로(가스·원유·광물) + 군사 거점 + 국가 정체성으로 본다.

그래서 핵심은 “항로 홍보”가 아니라 얼음 위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능력이다. 러시아는 핵추진 쇄빙선 전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고, 2025년 말에는 “핵 쇄빙선 8척을 동시에 투입”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즉, 러시아는 북극을 **‘열어두는 힘’**을 이미 갖고 있다는 얘기다.


4) 중국은 왜 북극에 집착하나: ‘바다로 나가는 길’과 ‘우회로’의 욕망

중국은 북극 연안국이 아니지만, 스스로 “근(近)북극 국가” 같은 표현을 쓰며 이해관계를 정당화하려 한다. 핵심 동기는 단순하다.

실제로 북극은 “항로”만 열리는 게 아니라 **국제 규범(해협/내해, 대륙붕, 환경 규제, 원주민 권리)**을 놓고도 싸워야 하는 곳이라, 중국은 이 테이블에 앉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한다.


5) 미국은 왜 늦게 뛰어들었나: 관심 부족의 대가가 ‘쇄빙선 격차’로 돌아왔다

미국도 이제 북극을 재평가하지만, 발목이 잡힌 지점이 있다. 쇄빙선(icebreaker) 갭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노후 쇄빙선이 제한적이고, 이를 메우기 위해 캐나다·핀란드와 협력을 확대해 신규 쇄빙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언급된다.

결국 미국이 그린란드를 “전략 거점”으로 말해도, 그 전략을 현실로 만드는 건 쇄빙선·조선·인프라다. 이 지점에서 미국이 한국 조선업과 손을 잡으려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6) 한국은 어디에 서야 하나: “조선+항만+연구”를 패키지로 봐야 한다

한국은 북극을 ‘남의 게임’으로 두기엔 이미 연결돼 있다.

게다가 정부는 차세대 쇄빙 연구선 건조를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며(톤수·쇄빙능력 확대) 2029년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극항로 실증/시험 운항을 추진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흐름에서 한국이 잡아야 할 포인트는 3가지다.

  1. 조선: 쇄빙선·쇄빙 LNG선·극지 특화 선박 기술을 “동맹 공급망”으로 포지셔닝

  2. 항만(부산): 북극항로가 상시화될 때 환적/정비/연료/보험/금융까지 붙는 ‘거점 기능’ 설계

  3. 규범·데이터: 북극은 법과 규칙의 싸움이기도 하니, 연구(기상·빙해·해양) 데이터 축적과 국제 협상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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