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 은퇴를 앞둔 형사와 철학을 품은 연쇄살인마[결말포함]

작성일: 2026-01-19 00:58:57

비는 늘 같은 방식으로 도시를 적셨다.

깨끗하게 씻어내는 비가 아니라, 오래된 때를 더 깊게 스며들게 만드는 비.

그리고 그 비 속에서, 일주일 뒤 은퇴를 앞둔 형사 노사 서머셋은 오늘도 ‘살인 현장’이라는 이름의 출근길을 건넜다.

그가 경찰서 문을 열었을 때, 이미 누군가가 그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젊고, 빠르고, 확신에 찬 얼굴. 데이비드 밀스.

서머셋의 뒤를 잇기 위해 이 도시로 온 사람.

왜 하필 이런 도시로 왔는지, 서머셋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 도시는 사람을 환영하지 않는다. 천천히 마모시킬 뿐이다.

그날 늦게까지 사무실에는 고성이 오갔다.

서머셋은 그 소리가 ‘범죄’의 씨앗처럼 느껴졌다.

아직 자라기 전인데도 이미 냄새가 났다.


첫 번째 현장은 익숙한 종류의 악취로 가득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랐다.

너무… 의도적이었다.

손발이 묶인 채, 억지로 먹고 또 먹다 죽은 거구의 남자.

살인은 늘 비참했지만, 어떤 살인은 설명하려 든다.

이건 그런 냄새였다.

밀스는 사건을 맡기를 거부할 만큼 격분했지만,

서머셋의 몸은 이미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입으로는 “내가 관여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말하면서도

발걸음은 결국 사건을 향했다.

사람은 말보다 습관에 더 정직하다.

하루가 지나 화요일. 또 다른 살인이 발생했다.

고급 오피스텔, 변호사.

바닥에 남겨진 단어 하나.

탐욕.

서머셋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갔다.

이상하리만치 침착하게.

거구의 피해자에게서 채취한 흔적을 떠올렸다.

냉장고, 바닥 타일, 그리고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들.

그가 냉장고 뒤편을 확인했을 때,

마치 누군가 기다렸다는 듯 작은 글자가 숨겨져 있었다.

탐식.

그 순간, 서머셋의 머릿속은 조용해졌다.

이건 우발이 아니었다.

이건… 패턴이었다.

패턴은 곧 의도이고, 의도는 곧 메시지다.


서머셋은 결국 도서관으로 갔다.

밖은 소란스러웠지만, 도서관은 조용했다.

그 조용함은 평화가 아니라, 오래된 종이들이 내는 경고였다.

그는 서가 사이를 걸으며 한 가지 생각을 했다.

“누군가는 이 도시를 가르치려 한다.”

“죄를, 벌을, 그리고 인간이 가진 추악함을.”

일곱 가지 죄악.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현실과 닿지 않을 것 같은 단어들.

하지만 범인은 그 교양을 현실로 내려 찍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따라 내려오는 것은, 결국 형사들의 삶이었다.

서머셋은 밀스에게 자료를 정리해 주었다.

그가 관여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은퇴를 앞둔 사람은 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다.

“나는 이제 끝이다.”

끝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수요일, 밀스의 아내 트레이시는 서머셋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집 안을 흔들었고,

그들의 대화에는 묘한 온기가 섞였다.

서머셋은 그 온기가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람이 따뜻해지는 순간, 무엇인가를 지키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 도시는, 지키고 싶은 것을 가장 잔인하게 빼앗는 법을 안다.

둘은 단서를 찾아 변호사의 부인을 만나러 갔다.

부인이 언급한 그림.

두 사람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갔고,

그제야 ‘보이기 시작한’ 것이 있었다. 지문.

밤새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목요일은 조용히 흘렀다.

용의자가 떠올랐지만, 서머셋은 계속 미심쩍었다.

이건 단지 “범인”을 찾는 싸움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질서’를 만들고 있었고,

그 질서가 형사들을 끌고 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줄에 묶인 것처럼.


금요일, 갑작스러운 전화.

그리고 트레이시의 고백.

그녀는 임신을 했지만, 이 도시에서 아이를 낳는 게 두려웠다.

서머셋은 밀스에게 그 사실을 당장 말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건 배려였지만, 동시에 예감이었다.

‘알게 되는 순간, 더 쉽게 무너진다’는.

수사는 진척되지 않는 듯했지만,

서머셋은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갔다.

누군가에게 뒷돈을 주고, 불법적으로 대출 목록을 얻었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도시에서는 정당함이 사치가 될 때가 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한 이름에 도달했다.

존 도우.

그를 추격하던 순간, 밀스는 쓰러졌고,

존 도우는 총구를 밀스에게 겨누었다가… 내려놓았다.

그게 더 무서웠다.

살인범이 스스로의 규칙을 지키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존 도우의 집에는 흔적들이 있었다.

신문 스크랩, 사진, 메모들.

범죄는 ‘증거’보다 먼저 ‘집착’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 집은 집착으로 가득했다.


그 뒤부터는, 사건이 아니라 ‘연출’처럼 느껴졌다.

또 다른 희생.

교만인지, 음욕인지, 단어들은 쌓여갔다.

그리고 서머셋은 은퇴를 미루기로 한다.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그건 의지였지만, 동시에 함정에 한 발 더 들어서는 일이기도 했다.

마침내 존 도우는 스스로 경찰서로 걸어 들어왔다.

손끝의 지문을 없애기 위해 피부를 벗겨낸 채.

그는 처벌받기 위해 온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완성하기 위해 왔다.

마지막 피해자의 시체를 찾으려면, 그를 따라가야 한다.

형사들은 이용당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게 가장 잔인한 방식이다.

선택지가 없게 만드는 것.


헬기가 접근할 수 없는, 전신주만 서 있는 들판.

지평선 너머에서 트럭이 다가왔다.

서머셋은 자진해서 트럭으로 걸어갔다.

택배원은 말한다.

“7시에 맞춰, 밀스 형사 이름으로 배달된 물건입니다.”

서머셋이 상자를 열기 전,

이미 이 도시는 결말을 결정해 두었다.

그리고 존 도우는 말했다.

자신은 여섯 번째 죄악—시기—를 저질렀다고.

그리고 일곱 번째 죄악의 마지막—분노—는

밀스가 완성할 거라고.

그제서야 모든 것이 이해됐다.

이건 살인이 아니라, 설교였다.

인간을 시험하고, 무너뜨리고, 증명하는 설교.

트레이시.

그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밀스는 몰랐다.

세상은 소리를 멈췄고,

사막은 바람도 없이, 묵묵히 그들을 바라봤다.

밀스는 총을 들었고,

서머셋은 그를 말렸지만

이미 늦은 걸 알고 있었다.

이 도시에서 희망은 늘 마지막에 죽는다.

그리고 마지막은 늘,

아주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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