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의 공과: 군사적 천재였나, 정치적 쇼맨이었나
2026-01-19

맥아더라는 이름은 이상하게 늘 둘로 갈라진다.
누군가는 “인천상륙으로 판을 뒤집은 영웅”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오판으로 전선을 무너뜨린 사람”이라고 한다. 둘 다 맥아더를 말한다. 그래서 이 인물은 단순히 “잘했다/못했다”로 정리하기가 어렵다.
결국 질문은 이거다.

맥아더는 군사적 천재였을까, 아니면 정치적 쇼맨이었을까.
내 결론부터 말하면,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다. 다만 문제는, 그 두 성질이 서로를 강화하기도 했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서로를 망치기도 했다는 점이다.
1. 맥아더의 ‘공’: 확률이 아니라 ‘판’을 뒤집는 지휘관
맥아더가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전쟁에서 “무난한 승리”가 아니라 전세를 뒤집는 장면을 만들 줄 알았다.
대표가 인천상륙작전이다. 인천은 상륙전 조건이 좋지 않다는 반대가 많았고, 실패하면 전쟁 전체가 끝장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밀어붙였고,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그 한 번의 성공이 전선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인천상륙이 단순히 “운”으로만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맥아더는 상륙이라는 전술에 대한 감각이 있었고, 무엇보다 결단을 내릴 배짱이 있었다. 전쟁은 항상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결정해야 한다. 그럴 때 누군가는 멈칫하고, 누군가는 밀어붙인다. 맥아더는 후자였다. 그리고 그게 맞아떨어질 때 그는 영웅이 된다.
또 하나, 그는 단지 군을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사기(士氣)를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전쟁에서 병력과 물자만큼 중요한 게 여론과 상징인데, 맥아더는 그걸 직감적으로 알았고 능숙하게 활용했다. “내가 돌아왔다” 같은 말 한마디가 전략이 되기도 한다. 이런 부분이 그를 ‘전쟁영웅’이라는 이미지로 굳히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 맥아더의 ‘과’: 확신이 지나치면 ‘오만’이 되고, 오만은 전선을 망친다
그런데 맥아더를 비판하는 쪽에서 가장 많이 잡는 단어도 분명하다.
오만함.
문제는 이 오만이 성격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휘관에게 “확신”은 무기지만, 그 확신이 과해지면 최악을 대비하는 본능을 마비시킨다.
한국전쟁에서 중공군 개입을 둘러싼 논란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당시 여러 보고와 해석이 엇갈렸고, 정보기관과 지휘부가 “개입 가능성”을 낮게 봤던 흐름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최종 책임자는 총사령관이다. 훌륭한 지휘관은 ‘설마’가 아니라 ‘만약’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맥아더는 결과적으로 그 ‘만약’에 취약했다는 평가가 남는다. 방어선 정비, 진격 속도, 대비 태세—이런 것들이 부족한 상태에서 충격이 오면, 전선은 무너진다. 그리고 그 무너짐은 군사적 결과만이 아니라 정치적 신뢰까지 같이 가져간다.
또 하나의 결정타는 정치의 선을 넘나드는 태도였다.
맥아더는 전쟁 중에도 여론과 정치의 흐름을 의식했고, 때로는 군의 지휘체계를 넘어선 발언과 행동으로 상부와 충돌했다. 전쟁 중인 국가에서 이건 치명적이다. 아무리 유능해도, 지휘체계를 흔드는 순간 조직은 그를 버릴 수밖에 없다. 결국 트루먼과의 갈등이 폭발하고, 해임이라는 결말로 이어진다.
여기서부터 맥아더는 “명장”이 아니라 “위험한 존재”가 된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조직이 감당하기 어려운 형태의 권력과 이미지를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3. 그래서 그는 천재였나, 쇼맨이었나

맥아더는 전형적인 “하나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작전으로 결과를 만들 수 있었고, 이미지로 여론을 만들 수도 있었다.
문제는 그 이미지가 어느 순간부터 작전보다 앞서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사진을 부르고, 상징을 만들고, 자신을 ‘역사의 중심’에 놓는 방식. 이게 잘 돌아가면 영웅을 만들지만, 전선이 흔들리면 그대로 “정치군인”이라는 비난으로 뒤집힌다.
그래서 나는 맥아더를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맞으면 전쟁을 구하고, 틀리면 전쟁을 더 어렵게 만든 지휘관.”
그는 분명 군사적으로 비범한 순간을 만들었다.
동시에 그는 정치적 쇼맨십과 과도한 확신으로 스스로의 공을 갉아먹었다.
4. 맥아더가 남긴 진짜 교훈

맥아더의 사후평가가 갈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의 커리어가 ‘중간’이 아니라 ‘극단’을 오갔기 때문이다.
대담함은 영웅을 만들고
오만함은 참사를 부른다
쇼맨십은 여론을 움직이지만
지휘체계를 흔들면 결국 파국으로 간다
그 모든 걸 한 사람이 동시에 보여줬다. 그래서 맥아더는 역사 속에서 늘 논쟁거리로 남는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맥아더라는 인물의 진짜 정체성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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