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션샤인 | 결말해석
2026-01-19

저의 이터널 선샤인 리뷰에서는 이 영화의 주인공 조엘과 클레멘타인, 그들의 기억을 담은 장면들을 먼저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해 살펴보고, 그다음엔 둘 사이에 있었던 감정과 기억, 그리고 사랑과 선택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장면들의 시간 순서를 간단히 정리하기 위해 영화 내용을 다섯 개 파트와 13개의 장면으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나뉜 장면들이 각각 어떤 장면들이었는지, 먼저 원래의 순서대로 빠르게 스캔해보겠습니다.

조엘이 일어납니다. 이날은 발렌타인데이였죠. 그는 몬톡 바닷가로 가서 클레멘타인을 만납니다. 둘은 찰스강에 다녀왔고, 아침이 됩니다. 여기까지가 파트 A입니다. 그리고 조엘이 울면서 운전하는 장면으로 전환되며 파트 B가 시작됩니다.

시간은 발렌타인데이 전날로 넘어가죠. 조엘이 기억을 삭제하려고 한 날입니다. 파트 B부터는 클레멘타인과의 추억이 ‘최근’부터 삭제되며 시간은 거꾸로 흘러갑니다. 그러니까 발렌타인데이 3일 전, 그녀가 기억을 삭제했다는 걸 조엘이 알게 된 날로 돌아가는 겁니다.

새벽에 그녀가 술에 취해 들어옵니다. 조엘은 케찹으로 장난을 치죠.
벼룩시장에서는 둘이 크게 싸웁니다. 클레멘타인은 조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만, 조엘은 끝내 자기 마음을 제대로 꺼내지 못합니다. 결국 둘은 이불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처음으로 찰스강에서 데이트했던 날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고 이 다음부터는 파트 C로 넘어가는데, 여기서 조엘은 기억을 삭제당하기를 거부하며 ‘클레멘타인과 상관없는 기억’, 즉 자신의 어린 시절 같은 곳으로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결국 다시 그녀와의 추억이 삭제되며 파트 D로 넘어가고, 더 과거의 기억으로 가게 되죠.

조엘은 그녀가 일하는 서점에 찾아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처음 만난 날이 나옵니다. 그렇게 그녀와의 추억이 전부 잊히고 조엘은 다시 일어납니다. 그리고 파트 E는 첫 장면과 이어지죠.

찰스강에서 돌아온 그들은 라쿠나사에서 보낸 우편을 받게 됩니다. 자, 이제부터는 이 13개의 장면을 시간 순서대로 차근차근 살펴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해보겠습니다.

그들이 처음 만난 날입니다. 둘은 서로에게 끌려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밤이 됩니다. 클레멘타인은 어떤 빈집에 몰래 들어가 그와 더 놀고 싶어 하지만, 소심한 조엘은 겁이 나서 먼저 나와버리죠. 이후 조엘은 클레멘타인을 만나러 서점에 직접 찾아가지만,
저번에 자기를 혼자 두고 튄 일 때문에 클레멘타인은 이미 기분이 상해 있습니다. 그래도 그가 싫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나랑 만나려면 지금 만나는 사람이랑 확실히 정리부터 하고 와”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이때부터 둘의 연애는 시작됩니다.

연인이 된 둘은 어느 날 얼어 있는 찰스강 위에 나란히 누워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함께 이불 속에 들어가 클레멘타인은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죠. 어렸을 때 스스로를 못생겼다고 생각하며 외로워하고 슬퍼했던 기억 말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조엘은 “예쁘다”고 말해줍니다. 하지만 클레멘타인은 자기의 깊은 이야기까지 꺼냈으니 조엘도 뭔가를 말해주길 바랍니다. 그런데 조엘은 끝내 말을 하지 않아요.

그게 그녀에겐 ‘나를 믿지 못한다’는 신호처럼 느껴지고, 결국 삐치고 화를 내게 됩니다.

벼룩시장을 걷다가 클레멘타인은 어떤 아이를 보고 “나 아이 갖고 싶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조엘은 아직 그녀가 준비가 안 됐다고 느끼고, 클레멘타인은 “나는 이미 좋은 엄마가 될 준비가 돼 있어”라며 격분해 독설을 퍼붓죠.

시장에서 대판 싸우고 돌아왔기 때문에, 조엘은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케찹으로 장난을 친 겁니다. 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은 클레멘타인은 그를 무시하고 차키를 챙겨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그렇게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온 클레멘타인. 조엘은 소파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조엘의 차를 음주운전했고, 주차하다가 차까지 긁어놨죠.

그래서 그 장면에서 차 옆면이 박살나 있던 겁니다. 조엘이 음주운전을 두고 뭐라 하자, 클레멘타인은 “잔소리하지 마”라며 짜증을 내고, “내가 다른 남자랑 자고 왔는지 궁금하냐”라고 도발합니다.

그러자 조엘은 “네가 자고 왔다고 생각해. 넌 원래 그런 여자잖아”라고 맞받아치죠. 이 말을 듣고 완전히 폭발한 클레멘타인은 바로 뛰쳐나가버립니다. 그리고 이것이 ‘그를 기억하는’ 클레멘타인의 마지막 모습이 됩니다.

발렌타인데이 3일 전, 화해도 할 겸 미리 선물을 주려고 조엘은 그녀가 일하는 서점에 찾아갑니다. 하지만 그때의 클레멘타인은 이미 조엘에 대한 기억을 지운 상태였고, 조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얼굴을 보고도 전혀 모르는 척하는 것도 충격인데,

눈앞에서 그녀가 다른 남자와 키스해버리는 모습까지 보며 조엘은 무너지고 말죠. 뒤돌아 나와버린 그는, 그제야 그녀가 자신을 기억에서 지워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처음엔 믿을 수 없어 라쿠나라는 회사를 찾아가지만, 결국 자신도 그녀를 지워버리기로 결심합니다. 시키는 대로 그녀와 관련된 물건을 모두 챙겨가 머리를 스캔해 기억의 지도를 만들고,


집에 돌아왔을 때 그의 관자놀이엔 그려졌던 점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지시대로 받은 약을 먹고 쓰러져 잠들죠. 그렇게 기억 삭제가 시작됩니다.

결국 그녀에 대한 모든 기억이 삭제되고, 발렌타인데이 아침이 되어 조엘은 일어납니다. 차 옆이 박살난 이유도 잊혀진 그녀 때문이 아니라 ‘옆차 때문’일 거라 생각하고,


화가 난 그는 소심하게 쪽지를 남기죠. 그런데 지워지는 기억 속 그녀의 마지막 말은 기억나지 않아도, 그의 본능은 이상하게도 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그녀와 처음 만났던 곳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그는 충동적으로 회사를 땡땡이치고 몬톡행 기차를 탑니다.

바닷가 앞에 앉아 일기장을 펼치고, 자기가 찢은지도 모른 채 ‘2년 만에 다시 일기를 쓴다’고 착각하죠. 혼자 할 일도 없어 지루하게 모래를 파다가 클레멘타인을 만납니다.

그녀를 슬쩍 보고 지나치지만, 카페에서도 다시 마주치고, 기차역에서도, 기차 안에서도 또 마주칩니다.

계속 눈도 못 마주치며 부끄러워하던 조엘은 결국 또다시 그녀에게 마음이 끌립니다. 그리고 클레멘타인도 마찬가지죠. 결국 기차 안에서 그녀가 먼저 말을 걸며 다가옵니다.

“우리 전에 본 적 있지 않아?”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마 자기가 일하는 서점에서 본 것 같다고 말하죠. 그건 3일 전, 선물을 주려고 찾아온 조엘을 봤기 때문입니다. 반면 조엘은 그 기억을 지웠으니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이고, 클레멘타인 이름이 들어간 노래도 잊어버린 상태입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눈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클레멘타인은 아무것도 아닌 걸로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 다혈질이 부담스러워 조엘은 혼자 있고 싶다며 잠시 밀어내지만, 결국 둘은 설명할 수 없이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리며 빠르게 가까워집니다.


그다음 날 밤에는 얼어붙은 찰스강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침이 됩니다. 그녀가 칫솔을 가지러 간 사이,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물건을 이용해 그녀에게 더러운 작업을 걸던 ‘프로도’가 문을 두드리죠.

그런데 기억이 지워진 조엘이 어리둥절해하자 그는 곧 자리를 피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두 사람은 라쿠나사에서 보낸 우편 내용을 확인하고 매우 혼란스러워하지만, 곧 자신들이 서로의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곳에 기억을 지우러 온 이유가 상실감 때문인 사람들이 많죠. 부정적 감정은 매우 강력합니다. 행복을 집어삼켜 오히려 더 큰 고통으로 바꿔버리죠. 평소라면 느낄 수 있었던 다른 감정들은 멀게만 느껴지고, 슬픔과 분노에 깊이 파묻혀버립니다. 상실감에 빠졌을 때 소중한 기억이 있을수록 그리움은 더 크고, 견디기가 힘듭니다.

역설적으로 정말 소중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버리고 싶어지기도 하죠. 조엘도 그녀가 하루아침에 자신을 완전히 기억에서 지워버렸다는 충격적인 상실감—슬픔과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신도 기억을 지워버리겠다고 결심합니다. 최근 둘은 자주 싸웠고, 서로의 생각 차이에 지쳐 있었으며, 사소한 걸로도 쉽게 날카로워지고 권태감까지 느끼고 있었죠. 그러다 서로에게 점점 더 큰 상처를 내더니, 결국엔 모든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둘 사이에 만들었던 기억과 감정들을 하나씩 걷어내다 보니, 지금 삭제하려는 것들 중에는 자신에게 있어 평생 지우고 싶지 않은 소중한 기억들이 섞여 있었다는 걸 조엘은 알아차립니다.

이런 기억들까지 모두 삭제되려 하자 그는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되죠. 그리고 어떻게든 그녀와의 소중한 기억을 지켜내려 발버둥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전환점을 맞습니다. 하지만 결국 되돌이킬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했던 선택을 받아들이고, 지금 기억 속에 함께 존재하는 그녀와의 순간들을 그냥 즐기기로 합니다.

그들은 서로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습니다. 클레멘타인은 활발하고 적극적이며 외향적이죠. 조엘은 소심하고 소극적이고 내향적입니다. 그녀는 충동적이고 다혈질이며 공격적이지만, 그는 조심스럽고 싸움을 피하는 성격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며 말로 소통하기를 좋아하지만, 그는 말하기보다는 듣는 게 편하고 혼자 일기에 정리하거나 그림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합니다. 제가 봤을 때 분명 둘은 이런 반대적인 모습에도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고 끌렸을 겁니다. 그는 늘 무미건조하고 온기 없던 삶을 그녀가 구원해줄 거라 믿었고, 그녀는 불꽃처럼 흔들리는 자신을 그가 감싸 안아줄 거라 믿었죠. 하지만 결국 서로 다른 성격 탓에 갈등은 피할 수 없었고, 점점 둘 사이엔 균열이 생깁니다. 그는 그녀가 불안했고, 그녀는 그가 답답했죠.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정반대의 사고방식, 성격, 감성을 지닌 경우는 흔합니다. 그 사람이 연인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겠죠. 그럴 때마다 화가 치밀기도 하고, 서운하거나 밉기도 할 겁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어차피 계속 내가 사랑할 사람이라면, 그런 충돌의 순간마다 상대의 생각이나 행동을 ‘가치 판단’으로 재단하는 건 사실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먼저 차분한 말투로 설득해보고, 안 되면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보려 노력하고, 그것도 안 되면 상대 그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그게 참 쉽지 않죠. 그래서 사람들은 가끔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삽니다.

후회하고 발버둥 쳐보기도 했지만 결국 그들의 기억은 모두 지워졌고, 그것은 마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둘은 운명처럼 이끌려 또다시 만납니다. 하지만 곧 망각이 만들어낸 이 새로운 사랑이 사실은 ‘다시 시작된 것’임을 알게 되죠.

그러자 앞으로 언제라도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던 설렘은 그대로 멈춰 서고, 조각났던 사랑의 과거는 그들의 발목을 잡습니다. 또다시 상처 줄까 두려운 미래는 앞을 가로막습니다.

물론 두렵습니다. 그는 그녀를 불안해했고, 그녀는 그를 답답해했고, 앞으로도 또 그럴 겁니다. 하지만 과거는 지웠고, 미련은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서로를 원하고 있죠. 그러니 만약 지금 이 사람을 다시 한번 똑같이 사랑해도 좋다면, 괜찮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선택합니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다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이 인연은 언젠가 또 끝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원할지도 모릅니다. 찰나의 순간을 비추었던 빛이 영원해질 때—그게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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