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 시대 인간의 역할

“AI가 일자리를 다 뺏는다”는 말이 유행처럼 돌지만, 나는 그 말이 너무 단순하다고 느낀다. 기술은 늘 일을 ‘없애기도’ 했지만, 더 자주 일의 형태를 바꾸고, 인간이 집중해야 할 역할을 재배치해왔다. 그래서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로봇과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고, 어디부터는 인간이 더 효율적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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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AI는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는 잠식한다. 특히 단순·안정·반복이 핵심인 업무는 자동화가 계속 진행될 것이다. 공장 라인, 단순 분류, 규칙이 명확한 사무 처리, 데이터 입력처럼 “정답이 고정된 일”은 기계가 강하다. 여기엔 굳이 인간의 ‘감’이나 ‘맥락 이해’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의 대부분 일이 그렇게 깔끔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은 예외가 많고, 환경은 복잡하고, 변수는 끊임없이 튀어나온다. 이 지점에서 AI와 로봇의 자동화는 종종 멈춘다. “할 수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늘 “그렇게까지 해서 경제성이 맞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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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로봇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Tesla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징하는 건 “인간 형태의 범용 노동”이다. 많은 사람이 기대한다. 한 대만 사면 집안일도 하고, 공장도 돌리고, 물류도 해결해주는 시대. 하지만 나는 여기서 한 번 더 의심한다.

휴머노이드는 ‘폼’은 인간 같아도, 인간이 가진 현장 적응력즉흥적 판단, 그리고 속도 대비 에너지 효율을 그대로 따라오기 어렵다. 특히 사람은 “정확히 계획된 환경”이 아니라 “대충 어지러운 현실”에서도 일을 해낸다. 인간은 넘어져도 균형을 잡고, 미끄러져도 자세를 바꾸고, 상황을 보고 동선을 수정한다. 이건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축적된 감각과 경험이 합쳐진 빠른 인지다.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는 순간은 오겠지만, 그 다음 관문은 늘 경제성이다. 즉, 인간을 대체할 만큼 싸고, 유지보수가 쉽고, 안전하고, 고장률이 낮아야 한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나는 “전면 대체”보다 “부분 대체 + 인간 역할 재편”이 더 현실적인 미래라고 본다.

아마존의 드랍시핑은 택배·배달을 바꿀까?

Amazon이 상징하는 것은 “물류의 플랫폼화”다. 드랍시핑이 확산되면 재고·유통 구조는 더 효율화되고, 중간 단계는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현관 앞에 물건을 놓는 마지막 10미터”는 여전히 버티는 구간이다. 물류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끝에는 현실이 있다.

나는 여기서 내 생활을 떠올려본다.

아파트에 사는 나는 드랍시핑이 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누군가 물건을 옮겨야 한다. 그럼 질문은 더 구체적으로 변한다.

로봇이 과연 사람처럼 빠르게 엘리베이터 문을 잡고, 사람을 피해, 물건을 안전하게 내려놓을 수 있을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효율성이다. 그런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과 리스크가, 사람을 쓰는 비용보다 크다면 기업은 굳이 그 길을 가지 않는다. 의약품도 “만들 수 있다”가 아니라 “수요가 충분한가”가 생산을 결정하듯, 배달 로봇도 결국 수요, 비용, 사고 위험, 유지비가 답을 만든다.

택배를 로봇이 완전히 맡기려면, 최소한 이 모든 단계가 한 시스템으로 이어져야 한다.

  1. 운전(또는 이동)이 가능해야 하고

  2. 물건을 싣고 내릴 수 있어야 하고

  3. 각 가정에 안전하게 전달해야 하고

  4. 예외 상황(문이 잠김, 통로 장애물, 경비실 요청, 주소 오류)을 처리해야 한다

이걸 다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 바에, 많은 경우는 아직 사람이 더 싸고 빠르다.

자율수행 로봇이 정말 “사람이 필요 없는” 단계까지 갈까?

나는 로봇의 영역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 단순: 작업 정의가 명확하다

  • 안정: 환경 변수가 적다

  • 반복: 똑같은 일을 많이 한다

이 세 가지가 맞아떨어지면 로봇은 압도적으로 강해진다. 굳이 “범용 AI”가 아니어도 된다. 오히려 AI까지 과하게 넣는 건 낭비일 수 있다. 로봇은 로봇이 잘하는 분야에서 효율을 낸다.

반대로 사람이 필요한 영역은 대체로 이렇다.

  • 환경이 매번 다르고

  • 예외가 많고

  • 인간과 상호작용이 많고

  • 책임 소재가 중요하고

  • 실패 비용이 큰 일

자율수행이 현실이 되는 지점은 분명 오겠지만, 나는 “모든 곳에서 사람 없이”가 아니라, “사람이 개입하는 방식이 바뀐다”에 더 무게를 둔다.

즉, 현장에서 직접 뛰는 사람이 줄어들어도, 감독·예외 처리·고객 대응·품질 책임은 사람의 몫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로봇이 농업과 어업을 할 수 있을까?

농업은 일부 자동화가 이미 진행 중이다. 하지만 농업의 핵심은 생각보다 “자연 변수”다. 땅의 상태, 날씨, 병충해, 작물의 생장 편차 같은 것들은 규칙이 단순하지 않다. 로봇이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비용 대비 효과가 언제나 문제다.

어업은 더 어렵다. 험한 바다, 파도, 바람, 미끄러운 갑판, 장비 고장, 순간 판단. 조업은 단순 작업이 아니라 예측 + 몸놀림 + 생존감각이 섞여 있다. 로봇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건 가능해질지 몰라도, 인간처럼 불완전한 환경에서 즉시 대응하는 능력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완전 대체까지는 최소 10년이 아니라,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기술은 빨라도, 현실은 느리다. 특히 안전과 책임이 걸린 산업일수록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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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대체되기 어려운가

나는 인간이 가장 천재적인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가장 효율적인 뇌를 갖고 있다. 기계는 연산을 잘하지만, 인간은 “필요한 것만” 빠르게 잡아낸다. 사람은 딱 보면 딱 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뭘 먼저 해야 하는지, 무엇이 위험한지.

프로그래밍은 원인과 결과가 분명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원인과 결과가 늘 불분명하고, 정보도 불완전하다. AI는 엄청난 연산과 데이터를 통해 그 빈틈을 메우려 한다. 그런데 그 과정 자체가 비용이다. 전기, 서버, 통신, 센서, 유지보수. 인간은 그걸 한 몸에 압축해 놓은 존재다.

그래서 나는 AGI 시대의 인간 역할을 이렇게 다시 정의해본다.

  • 정답이 정해진 일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 문제를 정의하고,

  • 우선순위를 정하고,

  • 예외를 책임지고,

  •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만들고,

  • 기술을 “도구로” 써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존재

AGI 시대에 사라지는 건 “직업”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다

로봇과 AI는 분명 일자리를 일부 잠식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자리를 먹어치우는 괴물이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더 인간답게 재편하는 압력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엘리베이터 문을 잡고, 좁은 복도에서 사람을 피해 물건을 놓는 일.

바다 위에서 파도와 바람을 읽고 몸을 움직이는 일.

현장에서 눈치로 위험을 감지하고 순서를 바꾸는 일.

이런 장면들은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는 날이 오더라도, 그 순간 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현실은 늘 경제성과 책임과 예외로 움직인다.

그래서 나는 이 시대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AGI는 인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묻는다.

“너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